세상 사람은 모두 자기의 기억력을 개탄한다.
그러나 누구도 자기의 판단력을 개탄하지 않는다.
- 라 로슈푸코 -
세상을 살아가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직장에서 또는 일터에서 일을 할 때
기억력이 나쁘다면 당연히 좋지 않다.
업무에 구멍이 생기고
중요 계약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력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력이다.
기억력이 좋지 못하면 생활에 불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판단력이 나쁘다면 생활이 곤란해질 수 있다.
자칫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큰 곤란에 빠지는 일은
대부분 나쁜 판단으로 인해서이다.
기억력보다 판단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인정하는 말이다.
그럼 좋은 판단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배운 게 부족해서 일까?
판단이 지식과 배움의 문제라면
공부하지 못했지만 인생의 문제마다 지혜롭게 대처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분명 배우지 못한 사람 중에서 좋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도 많다.
현대 정주영 회장은 초등학교도 졸업이 실제 학력의 전부다.
그렇다면 머리가 좋아야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가?
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공부 많이 한 사람이 머리가 좋은가?
그건 아니다.
그럼 요즘 머리 좋음의 기준인 기억력이 좋은 사람인가?
아니다. 기억력과 판단력은 별개의 문제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기억력이 좋은 것과 그리고 많이 배웠다는 것과는 다르다.
분명 기억력 좋지 않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지혜롭게 처신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결국 판단이 좋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다시 돌아온다.
좋은 판단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식을 더한다고 판단이 좋아진다면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은 판단력이 형편없다는 말이 되니
지식이 많음도 좋은 판단과는 상관이 별로 없다.
즉 지식을 더한다고 해서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여러 정황을 살피고 정보를 모아도
그릇 판단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좋은 판단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뭔가를 더해서 좋은 판단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지식을 더하고, 정보를 더한다고 좋은 판단이 내려지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는 빼야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판단을 할 때 우리를 붙잡는 것은 사실 학문적 지식과 정보가 아니다.
불안감, 조급함, 욕심... 이런 것들이 우리를 좋은 판단에서 멀어지게 한다.
아무리 좋은 지식과 정보를 모았다 해도
불안, 조급, 욕심이 개입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빼야 한다.
불안감을 배제하고, 조급함을 배제하고,
사사로운 욕심을 배제해야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것도 앞의 글에서 말한 일종의 소크라테스 스타일이다.
이러한 것들을 제거하고 상황을 판단해야 바른 판단에 근접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뭔가를 더하려고 한다.
정볼르 더하고 지식을 더하고 의견을 더하고...
그래야 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런 것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우리를 붙잡는 것들이 있는 한
그런 더하기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빼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어서는 더하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는 빼기를 해야 한다.
빼기를 해야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
효도에 관한 지식을 배우려 하지 말고
자신의 욕심과 성질을 빼야 효도할 수 있다.
효율적 리더십을 익히려 하기보다
자신의 욕심과 성질, 지위를 빼면
좀 더 바른 리더십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기억력과 판단력.
둘 중 더 중요한 것은 판단력이다.
그리고 좋은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빼기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