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인기가 있지만 70, 80년대는 암흑기와 다름없었습니다. 물론 그중에도 수작들이 있었지만 군사정권하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을 받아 좋은 작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멜로물 위주의 뻔한 스토리였죠. 그러나 60년대 한국 영화는 아시아에서도 알아주는 전성기였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영화를 보면 정말 잘 만든 영화들이 많습니다. 지금 봐도 명작이라 할만한 몇 편을 소개해 봅니다. 한국영화 추천 고전영화 소개와 영상 링크를 소개해 드립니다.
바보들의 행진
개봉 : 1975, 05. 31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모험, 멜로/로맨스
감독 : 하길종
출연 :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바보들의 행진.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어..." 하는 노래 들어보셨죠? 바로 이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삽입된 곡입니다. 이 외에도 장발 단속하는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왜 불러' 그리고 영화의 주제가로 당시 사회상을 은밀하게 말해주는 '날이 갈수록', '한 잔의 추억' 등등 정말 수록곡들이 모두가 명곡들입니다.
노래 한번 들어 보시죠. 안 들으시면 후회할 겁니다. 정말 주옥같은 곡들이 넘쳐납니다.
영화와 함께 노래들도 대 히트를 했고 당시 군사정권이 금지곡으로 만들어 맘 놓고 부르지도 못했던 노래들입니다. 그만큼 영화 바보들의 행진은 당시 암울했던 군사정권하에서의 젊은이들의 고뇌를 잘 그렸습니다.
감독은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젊은 하길종 선생이었는데 천재적 감독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38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동생분이 영화배우 하명중 씨로 이분 또한 70, 80년대를 풍미한 배우이셨지요.
영화는 70년대 대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을 통해 억압받는 사회와 무력한 지식인의 고뇌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겁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경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가 고 최인호 선생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최인호 선생도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셨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가뿐하게 천만 관객을 넘길 영화였습니다.
영화 장면과 수록곡들의 조화가 참 멋진 영화입니다. 꼭 봐야 할 한국영화에 항상 이름이 올라가 있는 수작 중의 수작입니다. 꼭 보십시오. 이 영화를 안 보고 한국 영화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영화의 노래를 안 듣고 영화 음악을 논할 수 없을 겁니다. 70년대 중반 당시 한국 사회를 잘 볼 수 영화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무조건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유뷰브에서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아래 링크를 남겨 둡니다.
마부
개봉 : 1961, 2, 15
장르 : 드라마
감독 : 강대진
출연 : 김승호, 신영균, 엄앵란, 황정순, 황해, 김희갑
이 영화는 6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의 제작은 이화룡이 맡았는데 이 분은 당시 명동백작이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리던 주먹이었습니다. 종로에 김두한, 동대문에 이정재, 명동에는 이화룡이었죠. 이분 이전에는 임화수라는 주먹이 영화계를 잡고 있었는데 임화수의 영화들이 어용 영화들이었던 반면에 이화룡은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제작하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영화 마부입니다.
이 영화는 당시 제11회 베를린 영화제에도 출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은곰상 -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아 한국 영화 최초로 국제 영화제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명화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60년대 가난한 우리나라 서울의 모습과 당시 서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시에 합격만 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였기에 마부인 주인공은 말할 수 없는 고생과 멸시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가족을 이끌어 갑니다.
비록 없이 살지만 가정의 중심이 잘 서있고 그 덕분에 흔들리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가부장이라는 제도가 나쁜 면이 있지만, 질서가 세워진다는 면에서는 좋은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흔들리지 않으면 자녀들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심의 역할은 아무래도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하는 것이 좀 더 든든해 보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제가 어릴 적에도 마부들을 보았었습니다. 마차를 모는 마부들은 서울역 들에서 짐을 싣고 물건을 목적지까지 날라주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개인 택배라 할 수 있겠네요. 고단한 당시의 삶을 영화로 보고 있노라면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의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찡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어 나가며 따뜻한 온정으로 서로에게 힘이 돼주던 60년대 우리나라의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은 온갖 고생으로 희생하면서도 오직 자식 하나 잘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김승호 선생님은 배우 김희라 선생님의 선친 되시는 분으로 60년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셨습니다. 영화를 보노라면 구수한 그분의 연기에 나도 모르게 푹 빠지고 다른 작품을 찾게 되는 그런 명 배우이십니다.
그리고 김승호의 아들 친구로 나오는 황해 선생은 가수 전영록 씨의 선친이시기도 합니다.
70년대의 대표작이 바보들의 행진, 별들의 고향이라면 60년대 대표작은 마부, 오발탄 등일 겁니다. 이 영화도 안 보면 안 되는 대표 한국 영화입니다.
현대의 빠른 극 전개에 익숙한 분들은 약간의 지루함도 느낄 수 있겠으나 영화를 보다 보면 굴뚝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듯 점점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60년대 세계 최빈국 시절의 고단함과 희망이 잘 나타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또한 강력 추천합니다.
마차 모는 일을 업으로 사는 홀아비 주인공(김승호). 큰 아들(신영균)은 고시생인데 3번 낙방했습니다. 아들은 낙심하여 아버지의 일을 도우려 하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고 계속 공부를 시킵니다. 결혼한 딸(조미령)은 못된 남편을 만나 툭하면 매를 맞고 친정으로 도망쳐 옵니다. 그럴 때마다 딸을 야단쳐 다시 돌려보내지만 딸이 맞은 걸 알고는 한걸음에 달려가 사위를 혼쭐 냅니다. 그리고 작은 딸은(엄앵란) 신분 상승을 하고 싶어 돈 많은 남자와 사귀나 제비족이었습니다. 막내아들은 공부는 안 하고 도둑질이나 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가난한 시대를 살아가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큰 딸은 신세를 비관하여 한강에 투신합니다. 작은 딸은 제비족에게 걸려 정신을 못 차리고... 그럼에도 과부댁(황정순)과의 달달한 로맨스가 흐르고 큰 아들의 지극한 효심이 있어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정말 당시 가난하고 힘들었던 사회상, 그럼에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의 모습이 잘 담겨 있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꼭 보십시오.
하녀
개봉 : 1960년 11월 3일
장르 : 스릴러
감독 : 김기영
출연 :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안성기
이 영화에 보면 안성기 선생이 아역으로 나옵니다. 60년대 영화를 보다 보면 안성시 선생을 종종 발견합니다. 이런 것도 예 영화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이죠.
이 영화도 '마부'와 함께 6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입니다. 61년 아시아 영화제 출품작이고 60년도 한국 최우수 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신인상(하녀 역의 이은심), 최우수 촬영상, 최우수 미술상, 최우수 편집상 등을 휩쓸었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당시 인기가 있었는지 하녀 역을 맡았던 이은심 씨에게 관객들이 '저 X 죽여라!'하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은심 씨는 이 영화로 스타가 되었지만 이후 2편만 더 찍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브라질에서 생활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2015년에 부산영화제 초청으로 33년 만에 귀국하시어 영화제에 참석하셨다고 합니다. 그때 이미 80세 이셨는데 모쪼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어느 공장의 피아노 선생님인 주인공(김진규)은 어느 날 하녀, 요즘 말로는 식모를 들입니다. 하긴 요즘은 식모도 거의 없네요. 80년대까지만 해도 좀 사는 집은 식모가 있었지요.
그런데 주인공 집에 들어온 식모(이은심)가 이상합니다. 당시 여성들은 생각지도 못하던 담배를 피우고 쥐를 손으로 잡아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유혹하여 임신을 하고는 주인공과 아내를 협박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스릴이 아슬아슬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스릴이라고 하기 부족할 수도 있으나 당시로서는 엄청난 공포와 스릴이었다고 합니다.
그래픽과 촬영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라 화면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전개에 의해 관객들에게 쥐어 들어오는 긴장감이 넘칩니다.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한국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파격적이고 엄청났는지 영화 말미를 고쳤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개봉도 못할 수 있었으니까요. 영화를 보시면 충분히 이해가 되실 겁니다.
영화평을 보면 모든 분들이 60년대에 이런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수작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당시는 아시는 대로 가난한 시절이었고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던 시대였습니다. 도시로 온 배우지 못한 젊은 여성들은 공장으로 버스 차장으로 일부는 술집으로 또 일부는 싼값의 임금으로 남의 집 식모로 들어가 살던 시대였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젊은 식모와 주인 남자 사이에 썸씽이 일어나는 일도 빈번하였고 이로 인해 여성 부인 관객들이 '저 X 죽여라!'하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영화의 감독인 김기영 감독 역시 기괴한 행동을 자주하여 영화계의 기인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80을 앞둔 노년에도 영화 제작에 열의를 가지고 필생의 작품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이나 노부부가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망한 흉가를 사들였습니다. 그런 집일수록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며 산 것이었죠. 그런데 그 불에 불이나 그만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참고로 2010년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는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입니다.
이상으로 한국영화 추천 고전 영화 3편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들도 소개해 보겠습니다. 직접 영화를 보시라고 줄거리는 가능한 자제 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잘 봤다고 하실 겁니다. 요즘 영화와는 다른 아날로그적 재미와 기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청을 강력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