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술 영화는 과장이 심하다. 사람이 하늘을 날고 물과 불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은 물론 산 같은 바위도 움직인다. 물론 상상이 가미돼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그럴 수는 있으나 그래도 너무 과장이 심하긴 하다.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풍이다.
장풍 이야기
장풍은 손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무술이다. 생각해보라 손에서 바람이 총알 같은 파괴력으로 나가 상대를 쓰러뜨린다. 심지어 날려 보내기까지 한다. 이 얼마나 멋진가? 그럴 수만 있다면 다른 무술은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굳이 팔다리를 부딪혀 가며 사울 필요가 없다. 안전하게 멀리서 장풍을 쏘면 그만인 것이다.
장풍은 정말 가능할까? 그저 영화의 재미를 올리는 역할만 할 뿐일까? 실제로 장풍은 존재했었을까?
어렸을 때 국내 무술인이 지은 조그만 무술 책을 산 적이 있다. 이 책에는 놀랍게도 장풍이 실존하는 무술이라는 설명이 있었으며 저자의 시연 장면이 사진에 있었다. 장풍을 쏘기 위해서는 기(氣)를 손끝에 모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방법이 앞 글에 소개한 단전호흡 축기법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 장풍 수련에 대해 알아보자.
장풍의 방법
단전호흡의 차이
책의 저자는 장풍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시간에 본 단전호흡 축기법으로 기를 모으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단전에 기를 모으는 사람들은 많다. 무술적으로 단전호흡을 하지는 않지만 단전호흡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들은 단전에 기를 모으는 것은 물론 그 기를 신체의 앞뒤로 돌리는 소주천, 신체의 외부로 돌리는 대주천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장풍의 단전호흡과 그들의 단전호흡이 다른 것은 지식법과 잔기법을 통해 단전에 기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 단단해진 기를 신체 밖으로 내 쏠 수만 있다면 장풍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게 쉽지는 않다. 책의 저자에 의하면 손에 기를 모았다고 해도 그 기를 내쏘는 각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단전호흡으로 기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각도만 수련한다면 누구나 장풍을 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 각도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건 그야말로 비전 중의 비전일 테니 책에 상세한 방법을 기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각도라는 것은 글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저자가 말하는 장풍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바로 촛불 끄기다.
촛불 끄기
촛불을 조용한 방안에 켜 놓는다. 그리고 단전호흡 수련을 통해 축적된 기를 손바닥에 모은다. 그리고 손바닥의 기운을 기합과 함께 초불 가까이 가져간다. 그러면 수련이 약한 초보자라 해도 촛불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련이 높아지면 초불이 뒤로 밀리는 것을 볼 수 있고, 수련이 더 높아지면 마침내 촛불이 꺼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손바닥을 흔들어 일부러 바람을 일으켜 끄는 것과는 절대로 다르다 한다.
수련이 높아지면 촛불이 문제가 아니고 어떤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막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공격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수련의 실제성
나도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며 해보려 했으나 단전호흡으로 기를 모은다는 데서 막히고 말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단전호흡은 지식 법과 잔기법이 있어 쉽지가 않다. 숨을 들이마신 상태 그리고 내쉰 상태에서 숨을 참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다. 하루 종일 산속에서 그것만 수련한다면 모를까 학교 갔다 오고 숙제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는데 그런 수련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도 처음 단계는 그럭저럭 할 만 하나 호흡의 시간을 늘려가는 건 혼자서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손에 기운을 모으는 일에서부터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촛불 끄기도 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장풍이 가능한지, 가능하다 해도 그것을 익힐 수 있는지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책 속의 사진도 과연 정말 실제 사진인지 연출 사진인지 알 수가 없다. 설령 실제 사진이라 해도 그 위력이 무술이라 할만한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 해도 그런 정도의 수련을 쌓으려면 하루 종일 그것만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수련의 실재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익히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비전의 전수와 실재성
그러나 책에서 소개하는 장풍이라는 것이 정말로 실재하는 것이라면 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그건 비전 무술로 극비리에 전수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허풍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축기를 손에 기를 모을 순 있다 해도, 그래서 손에서 기운이 나가게 하기는 해도 그것이 무술로서의 가치를 지닐 정도의 위력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무술을 하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손에 기를 모으고 발사하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위력을 지닐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한다. 정말 사진처럼 사람을 날려버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사진은 연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직접 눈으로 안 봤으니 맞다 틀리다 말할 수는 없지만 장풍이 실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