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니라.'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가장 첫 구절이다.
왜 하나님이 천지를 즉 우주를 창조하셨을까? 절대자이기에 부족한 무엇이 있지도 않으셨을 텐데 왜 천지를 창조하셨을까?
천지창조 이유는?
신학자마다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사색의 깊이가 남다르더라도 한낱 인간이 우주의 절대자인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모든 신학자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포함하여 인간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자 하고 해석하려 한다. 물론 불경한 의도에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려 하기보다는 추측하려는 것이리라.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도대체 왜 부족함이 없으신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을까? 무엇 때문에 창조하셨을까?
기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연히 세계 곳곳에 있는 창조 설화에는 신적인 존재가 태초에 우주를 창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각 종교의 신은 왜 우주를 창조했을까? 역시 인간의 지식과 사색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이다.
관계, 결속
기독교 상담가로 알려진 래리 크랩 박사의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에서 박사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결속 즉 관계로 보고 있다.
이 관계가 깨어진 곳에 상처가 있고 단절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단절은 아담과 하와에서부터 있었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겨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하나님과의 단절이다.
이 단절을 다시 잇기 위해 예수님이 오셨다. 단절의 죄를 지은 인간들의 죄를 대신 지고 그 처벌을 십자가에서 대신 받고 다시 끊어진 관계를 이었다. 즉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의 결속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박사의 주장이다.
동의한다.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고 각종 생물과 인간을 창조하신 것의 목적을 알 수는 없으나 창조된 세계와 관계를 맺길 원하신 다는 것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느 부모가 자신이 낳은 자식들과의 관계 결속을 원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이 인간에게 지구를 다스리고 관리하라는 것도 결국은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가 서로 잘 유지되게끔 하라는 요구가 아니었을까?
단절의 대가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과 관계를 끊어버리자 죄가 세상에 들어왔다.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를 끊어버리자 환경이 파괴됐다.
인간이 서로와의 관계를 끊어버리자 전쟁과 다툼이 일어났다.
관계를 이어야 한다. 관계를 잇기 위해서는 서로 결속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과 결속을 하고, 인간이 자연과 결속을 하고, 인간이 다른 생명과 결속을 하고, 최종적으로는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신과의 결속을 회복해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을 떠나면서 철학에서는 합리주의, 계몽주의, 실존주의, 구조주의, 해체주의 등 다양한 나름의 생각들로 세상을 운영해 왔다. 그리고 과학에서는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진화론 등을 발전시켰고, 경제학에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등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그러한 철학 사조와 과학, 경제 이론들이 과연 인간과 신의, 인간과 자연의, 인간과 생명의, 인간과 인간의 결속을 강화시켜주었는가?
그러한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그보다는 결속을 와해하는 쪽으로 나가게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의 시대는 무신론으로 인한 방황의 시대, 환경 파괴의 시대, 소외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치유와 회복
관계의 결속. 이곳이 치유의 근본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기억나게 하는 것도, 미래의 목표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도 아니고, 관계를 회복시켜 서로 결속을 하게 하는 것이 삶의 치유다. 치유가 있는 곳에 회복도 일어난다.
결속하면 즉 관계를 회복하면 치유가 일어난다. 거기에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앙금이 씻겨나가고, 끊어진 관계가 다시 이어지고, 사람과의 사이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사이에서도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대상,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것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자. 결속의 방법을 찾아보자. 그것이 우리를 삶의 치유로 안내해 줄 것이고, 우주의 회복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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