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 이휘크라테스라는 장군이 있었다. 그는 비록 천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자수성가하여 군대 장군이 되었다. 그리고 출정하는 전쟁마다 승전보를 전해 왔다. 자연히 그의 인기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동료 장수 중에 하모디우스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귀족 출신의 장수였으나 전쟁터에 나가서는 영 신통치 않았다. 평소 하모디우스는 유능한 장수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휘크라테스를 시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길에서 마주쳤다. 평소 이휘크라테스가 못마땅하였던 하모디우스는 이휘크라테스에게 모욕적인 말을 던졌다.
"이휘크라테스, 자네가 전쟁에서 몇 번 이겨서 인기가 있다고 너무 자만하지 말게. 자네는 천한 집안 출신이 아닌가? 그러나 나를 보게. 우리 집안은 대대로 명문 귀족 출신이라네."
그러자 이휘크라테스가 말했다.
"하모디우스, 자네 말이 맞다. 우리 집안은 천한 집안이다. 그에 반해 자네 집안은 명문 귀족 집안임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하모디우스. 자네 집안은 자네로 끝이지만 우리 집안은 나로부터 시작이다!"
이 말을 들은 하모디우스는 얼굴이 벌게졌다고 한다.
이 얼마나 통쾌한 말인가? 자네 집안은 자네로 끝이지만 우리 집안은 나로부터 시작이다. 정말 통쾌한 말이다. 본질은 별것도 없으면서 외적인 것을 가지고 거드름 피우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날린 통쾌한 사이다 한 방이다.
살아가면서 내면이 중요하다고 하고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자신도 모르게 또는 알면서 줄 잘 서보겠다고 눈치를 보고 기웃거리고 있는가?
직장에서도 예의 바른 것을 넘어 아첨을 떨고 은근 잘 보이려 하는 일이 과연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서만 있는 일일까? 과연 그럴까?
지금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 동네가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 정치 방향이 달라 설전을 벌이던 사람들이, 저 사람은 자격이 없다고 날 선 비판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서로 손을 잡고 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그런 사람들로 인해 그 정당의 부흥이 시작될까?
일반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솔직히 큰 차이가 없지 않은가? 자격을 갖추고 그런다면 이해할 만 하지만 자격은 없는 데 줄만 잘 서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어떤 일에서건 나로부터 시작이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식을 갖춰야 한다. 적절한 예의를 갖출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예의가 윤리가 부족하다면 그런 사람은 결국엔 외면받게 되어 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윤리의식이다. 그것 없이는 인정은 받을지언정 존경은 받을 수 없다. 인정만 받고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엔 손가락질을 당하게 된다.
세상을 망치는 사람들은 능력이 없는 이들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 자들이었다. 능력이 없는 자가 어떻게 세상을 망칠 수 있겠는가? 결국은 능력 있는 자가 망치는 것이다. 능력 없는 자가 최고위층이라 해도 그는 세상을 망칠 수 없다. 그의 옆에서 그를 조종하는 능력 있는 자들이 망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능력에 윤리의식까지 겸한다면 그는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진실로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윤리 의식, 인류애다. 이것 없는 능력은 세상을 파괴만 할 뿐이다.
히틀러가 그랬고, 스탈린이 그랬고, 김일성이 그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랬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나로부터 시작되게 하려면 먼저 윤리 의식을 갖추고 인류애를 갖출 일이다. 그것이 선행돼야 한다. 능력을 익히기 전에 그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능력을 먼저 얻게 되면 뒤에 인류애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결과물의 영광이란 독배의 맛에 먼저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근현대사는 그런 사람들로 인해 고통을 겪은 시대다. 이제 그런 사람이 아닌 윤리의식과 인류애를 갖춘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지도자가 나오길 바라본다. 아직 새벽은 멀리 있지만 결국은 올 것이라 믿는다.